전 30대 중반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07년도부터 올해까지 5번의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40을 바라보는 30대 후반이죠. 게다가 아이는 없지만 결혼 후 3번의 임용을 준비한 주부입니다. ^^;;
공부시작해서 3번은 1차에서 안되다가, 작년에 3차에서 고배를 마시고 올해 드디어 충남에서 최종합격했습니다.
처음엔 그리 좋은 성적도 아니고, 짧은 도전으로 이룬 결과도 아니어서 부끄러운 마음에 합격수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실패도 많이 해보고 여러 번 준비한 사람이 끝내 이룬 성공과정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쓰게 되었어요.
남들은 한 두 번이면 척척 붙던데, 나는 왜 안될까 좌절하시는 분, 2차 또는 3차에서 고배를 마신 분, 마지막으로 3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임용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고민하는 분들께 제 이야기가 꼭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합격수기들처럼 5년간의 과정을 쭉 정리할까 하다가, 장수생이다보니 너무 길기도 하고,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더 잘 얘기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것 같아, 저는 5년간 임용을 준비하면서 나를 변화시켰던 생각이나 희망을 주었던 계기들 같은 것들로 적어 봤습니다.
1. 하기 쉬운 공부가 아니라 합격할 공부를 하자
위상 선생님 강의교재에 있는 여러 격언(^^)들 중에 제일 많이 되새겼던 글이에요.
임용공부를 시작하고 2년간은 이 공부가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건지 모르고, ‘조금만 하면 되겠지’하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령피우는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해도 될거야’라는 생각이 강했지요. 이 생각은 올해도 가끔씩 고개를 들었던 것 같네요.
봐야할 내용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내 끈기도 한계에 다다를 쯤, 요령피우고 싶은 생각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 수준은 합격권에 드는 수많은 사람들이면 다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 정말 합격하고 싶은거냐’, ‘또 떨어질거냐’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어요.
나에게 맞는 효율적인 공부 스타일을 찾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합격할 공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합당한 정도의 노력과 공부 욕심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요행으로 최종합격까지 가는 사람은 절대 없습니다.
2. 나를 믿자 그리고 나를 똑바로 보자
어찌 보면 모순되는 내용이 공존하는 것 같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둘 다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 생각이 되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1년에 단 한번뿐이 시험을 위해 희망을 가지기 힘들겠지요.
자신의 능력과 노력 둘 다 중요하지만, 그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자신의 노력을 믿어야 한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머리가 씽씽 잘 돌아가는 20대도 아니고, 제 능력은 임용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합격할 수 있는 희망의 증거는 ‘노력’이라고 판단했어요.
나는 누구보다 더 노력할 수 있다는 믿음. 처음부터 새록새록 솟아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믿을 건 노력밖에 없다. 난 더 노력할 수 있다’며 자기암시를 계속했어요.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정말 진리입니다. 마음이 안된다면 말부터 계속 해보시길 바래요. 어느 순간 신기하게도 말대로 마음이 변화한 것이 느껴집니다.)
2010년도에 충북으로 지원해서 3차까지 가면서 힘들다고 징징대고 감기도 여러 번 걸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는 감기도 걸리지 않았고, 단 한 번도 힘들단 생각하지 않고 정말 더 할 수 있다는 맘으로 즐겁게 준비했습니다.
3차 실기 시험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수업실연과 면접을 준비할 즈음이 체력과 정신력 모두 바닥이 나는 가장 힘든 때에요. 그때 지쳐있는 스터디원들에게 ‘3차가 아니라 아직 몇 번의 시험이 더 남아있더라도 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기억이 나요. 제가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건, 올해를 준비하면서 꾸준히 키워온 자신에 대한 믿음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자신에 대한 믿음과 동시에 스스로를 냉정하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 공부습관 등에 대해 정말 냉정하게 남과 비교해서 판단하고, 그에 맞게 합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전 처음에 이게 잘 안돼서 2년여를 허비한 것 같아요.
강의를 듣고 주기적으로 복습을 하지 않으면 까먹으면서도 안 그런 척 복습을 미뤄두거나, 내가 자신 없는 영역에 대해 웬만큼 아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등등 공부를 하다보면 은연중에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자신에게 솔직하게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희망의 토대가 됨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3.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
스터디는 아주 많이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처럼 다른 사람에 의해 자극받을 수 있는 타입이라면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10년도 2차까지는 대부분 인강을 들으면서 혼자 공부를 했어요. 스터디 해봤자 이상한 소문만 듣고 피곤할거라 생각해서였어요. 물론 그런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스터디를 권하는 이유는 타인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차 낙방 후 올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부 방법을 바꿔보자는 심정으로 3월경부터 2차 논술 중심 스터디를 했어요. 1차에서 안타깝게 저 혼자만 남아서, 위상선생님 논술 직강에서 다시 스터디를 구성해서 3차까지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만났던 스터디원들에게 정말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특히 많게는 띠 동갑도 넘어서는 20대 초반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자극을 안 받을 수가 없었어요.
스터디원들과 함께 나누는 공부 내용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있고 나는 지금 얼만큼 노력하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봄, 여름을 함께 했던 두 분의 선생님들, 그리고 2차 3차 힘든 고비를 함께 넘겨온 네 분의 선생님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 꼭 남기고 싶어요.
4. 나는 지금 저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3번의 시험 모두 1차에서 낙방한 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시험인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감이 바닥을 쳤었어요. 3번째 시험 때는 결혼 후 시댁살이를 하면서 여러 곤란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갖고 공부했을 때라, 1차 낙방이 더더욱 힘겨웠어요. 그러던 중에 미술임용 까페에서 만났던 글귀였습니다.
내가 공부한 내용과 노력은 떨어졌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때가 오면 반드시 이자가 붙어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다짐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작년 3차에서 떨어졌을 때도, 미칠 것 같은 좌절감과 다시 이 지긋지긋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허망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준 글귀였어요.
제 저축의 만기는 5년이었네요. 정말 미술교사가 되고 싶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왕창왕창 저축하셔서 만기를 앞당기시길 바래요. 노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저축할 공부 량을 늘릴 수 있으니깐요. 제가 초반 2년간 별로 열심히 저축하지 못해서 기간이 길어졌다는 걸 알기에 말씀드립니다.
5. 최선의 기준은 바뀔 수 있다
올해 정말로 많이 했던 생각중 하나입니다.
09년 임용고시생 3년째되면서 그나마 정신 좀 차리고 노력다운 노력을 하기 시작했어요. 인강 밀리지 않고 듣고 복습하고, 직강도 듣고, 시험도 보고, 서브노트도 만들고 등등...이렇게 하면서 이정도로 노력하니 난 될거야라는 생각도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결과는 또 1차 낙방.
노력을 안한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임고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걸 나중에 깨달았지요.
다시 시작한 2010년은 분가를 하고, 여러 우여곡절이 겹치면서 참 힘든 한해였는데, 그 와중에도 임용공부는 계속했습니다. 감사하게도 3차까지 가게 되면서, 이렇게 힘든 과정에도 꾸준히 해왔으니 올해는 정말 합격할 수 있을거야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최종 불합격.
발표난 뒤 한 달 정도는 억울하고 미치겠는 심정, 자존심의 상처 등등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어요. 눈 앞에 있는 결승선 바로 코앞에서 꺼꾸러진 기분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사람을 처참하게 만들었습니다. 공부하는 중간에 요령피웠던 기억, 놀았던 기억, 보기 힘들어서 미뤄놨던 내용 등등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다니면서 정신을 헤집어 놓았어요. 왜 좀 더 하지 않았을까!!!
힘겹게 올해를 다시 준비하면서 세웠던 마음가짐 중 하나는 ‘후회하지 않도록 공부하자’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이번에는 꼭 될거다, 다시 해보자 격려를 해 주었지만, 다시 한다해도 3차까지 간 사람이라고 그냥 붙여주는 건 아니니까, 100명중에 5명만이 살아남는 시험이니 또다시 불합격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어요.
물론 미술교사라는 꿈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마지막으로 후회하지 않게 공부해보자는 거였어요.
40에 가까운 나이, 임용을 위해 미뤄온 자녀 계획.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말하지 않아도 올해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까지는 게을러서 하지 못했던 것,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공부해보자 마음먹고 2011년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야 혹시 떨어져도 후회가 없을 거 같았거든요.
스터디도 그런 맘으로 시작했고, 지난 4년간 읽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탐독했습니다. 독서노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스터디하면서 만들었던 자료들을 그대로 논술노트로 이어가기도 했고, 최종 합격한 스터디원의 논술 시험지를 받아서 보기도 했고,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보충자료를 더 찾아서 정리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올해에는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강의는 이론, 문제풀이, 모의고사 빠짐없이 수강하기도 했지만,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만 더, 조금만 더 내용을 심화, 확대시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련 서적을 많이 찾아볼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올해의 공부에도 후회가 남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제 안에서 최선의 노력에 대한 기준이 계속 높아져 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최선의 노력에 대한 기준은 바뀔 수 있습니다. 아니, 공부가 깊어갈수록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본인의 최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따져보시고 후회 없는 공부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6. 장수생, 그리고 30대에 주부 임고생. 괜찮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상황들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살림을 하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 이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는 30대 후반에 미술교사가 된 선배가 두 분 계시고, 아이 셋 키우면서 임고에 합격하신 분의 이야기도 위상선생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뒤를 이었네요. 또 올해 저 말고도 30대 선생님 여러분이 되신 걸로 압니다.
전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할 정도로 의지가 강한 편도 아닙니다. 남편이 화낼 정도로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소심한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런 제가 해냈으니,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불가능은 없을 겁니다. 마음속 깊이 절실하시다면, 길이 열릴거라 믿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마지막으로, 09년부터 올해까지 공부의 방향을 잡아주시고, 작년과 올해 3차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신 위상 선생님, 장지연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합격수기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쓰게 될지 저도 몰랐습니다.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고 교사의 인생을 열어주신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
홈 > 커뮤니티 > 합격수기 
